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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27] ‘플린트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정치 실패의 대가(211118) 전 세계의 이목이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쏠려 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7년 전 ‘플린트시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이 주정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6억2600만달러의 보상 합의안을 승인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 탓에 크게 조명받지 못했지만 세계 환경오염 역사에 획을 긋는 뉴스였다.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미 북동부 미시간주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수돗물 납 오염 사태는 현대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환경재앙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관심을 끌었다. ‘제2의 카트리나’ 논란을 부를 정도로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적·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파장이.. 더보기
[사설] 공군 내 ‘제2의 이 중사 의혹’ 사건, 군은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211116) 지난 5월 성폭력 피해 이모 중사 사망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유사한 희생자가 있었지만 공군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11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하사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A하사의 상관 B준위의 강제추행 혐의를 확인하고도 한 달 뒤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종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하사가 숨진 시점은 이 중사 사건 발생 열흘 전이다. 이 중사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공군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의로 사건을 은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군 당국이 B준위의 강제추행 사실을 알고도 A하사 사건을 단순 변사로 종결했.. 더보기
[사설] 시진핑 장기집권 공식화한 ‘역사 결의’와 한국 외교의 과제(211113) 중국공산당이 지난 11일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장기집권 시대를 공식화하는 ‘역사 결의’를 채택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는 회의 내용을 집약한 공보에서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당과 전군, 전 인민의 공통된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며 “신시대 당과 국가사업 발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사 추진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의 업적과 그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찬양하며 그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정당성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상 ‘역사 결의’는 세 번째다. 대내적으로는 이를 통해 시 주석에게 마오쩌둥.. 더보기
[여적] 위기의 꿀잠(211106) “전남 여천군 소라면 쌍봉리 끝자락에 있는/ 남해화학 보수공장 현장에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들 있으리….” 송경동 시인의 시 ‘꿀잠’ 첫 부분이다. 시인이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을 담은 것이다. 잔업과 철야로 부족한 잠을 메우기 위해 점심시간에 선잠을 잘 수밖에 없지만 그들에겐 그야말로 꿀잠이었을 터이다. 노동자에게 꿀잠만큼 달콤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해고노동자들에게 꿀잠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들이 있을 곳은 길바닥이나 천막, 아니면 저 높은 굴뚝이나 철탑, 크레인, 전광판 등이다. 한여름 땡볕에도, 한겨울의 살을 에는 추위에도 한뎃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랜 투쟁과 해고로 지친 몸을 잠시.. 더보기
[사설] 막 오른 COP26,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쳐선 안 된다(211101)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대 국제회의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됐다. 197개 당사국은 오는 12일까지 2015년에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 결과에 파리협정, 나아가 지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파리협정이 이행되는 첫해로, 협정 이행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COP26의 과제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각국의 성과를 보면 계획 달성에 의문이 든다. 많은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2030년.. 더보기
[사설] 하다 하다 ‘반려견 사과’ 사진까지 올린 윤석열, 제정신인가(21102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21일 ‘전두환 옹호’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잇따르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가 이날 낮 논란 발생 이틀 만에 유감을 표명하고 송구하다고 밝힌 후 그의 SNS에는 돌잡이 때 사과를 잡는 사진과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사진을 황급히 내리고 “실무진 실수”라고 했지만, 사과를 조롱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앞서 한 사과의 진정성마저 통째로 의심받고 있다. 대선 주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처사에 말문이 막힌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이후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적재재소.. 더보기
[경향의 눈26] 언론인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줄리언 어산지(211021) 올해 노벨 평화상은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언론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두 나라 언론인이 공동 수상했다. 언론인이 이 상을 받은 건 86년 만이라고 한다. 내심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받길 기대한 터라 적잖이 실망했다. 그럼에도 언론 종사자로서 반가웠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노벨위원회가 고마웠다. 다만 하고많은 언론인 중에 하필 이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독재자는 언제나 존재했고, 이에 항거한 언론인도 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어의 몸이 된 채 잊혀가고 있는 한 언론인 때문이다. 줄리언 어산지. 2010년 기밀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일지, 국무부 .. 더보기
[여적] 방관자 효과(211019) 1964년 3월13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퀸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단순 살인사건이었지만 대반전이 일어났다. 2주 뒤 보도된 뉴욕타임스의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기사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범행을 목격했으나 아무도 피해자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미 사회가 경악했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터네이였다. 두 사람은 1968년 심리를 알아보는 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대기실에 두고 벽에 뚫린 통풍구를 통해 연기를 들여보냈다. 참가자들이 얼마나 빨리 신고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 더보기
[사설] 민주노총의 20일 집회, 위드 코로나 기조 흔들어선 안 된다(211018) 민주노총이 예고한 ‘10·20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민주노총과 정부 간 극적인 타협점이 없다면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코로나19 시기에 노동자들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는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내건 핵심 요구사항은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산업 전환기 일자리 보장,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 현안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인 55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된다면 여느 때보다 참가자가 많게 된다. 이번 총파업은 건설노동자, 공공·민간 비정규직 노동자, 간접고.. 더보기
[사설] 택배노조와 롯데대리점의 상생협약, 노노 갈등 해소 계기 되길(211014) 전국택배노조와 롯데택배 대리점협의회가 13일 상생협약을 맺었다.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정 간 합의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이 택배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택배업계의 상생협약은 처음 있는 일로, 지난 8월 CJ대한통운 대리점 대표의 사망으로 택배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 양측은 이날 협약에서 2022년 2월까지 택배노조는 쟁의행위를 자제하고 대리점협의회는 노동조합을 인정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대리점 업주들은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보장하고, 양측은 택배 현장 현안의 시급한 해결과 주기적 소통에 노력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택배업계 갈등의 당사자들이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는 게 반갑다. 택배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