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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프랑스·영국 총선으로 드러난 새로운 정치 바람(170613) 최근 잇달아 치러진 프랑스와 영국의 총선 결과는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일으킨 돌풍은 총선에서도 이어졌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창당한 정당 리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공화국)는 지난 11일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했다. 오는 18일 2차 결선투표에서 전체 의석(577석)의 3분의 2가 넘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출구조사가 예측했다. 창당한 지 1년2개월밖에 안된 정당이 한 달 사이에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은 현대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가히 정치혁명이라 할 만하다. 반면 지난 8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예상과 달리 과반 의석조차 잃는 등 참패했다. 조기 총선을 강행한 테레사 메이 총리의 정.. 더보기
[여적]백악관 녹음테이프(170610)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사임의 결정적 계기는 백악관 녹음테이프였다. 1972년 대선을 앞두고 터진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재선에 성공한 닉슨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듬해 5월 시작된 의회의 워터게이트 청문회 중 닉슨이 집무실에서 한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회는 테이프 제출을 요구했지만 백악관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지루한 공방은 1974년 7월 연방대법원의 공개 판결로 일단락됐다. 8월5일 공개된 테이프에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테이프’가 있었다. 스캔들 폭로 엿새 뒤인 1972년 6월23일 녹음된 것이다. 테이프에는 닉슨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중앙정보국(CIA) 국장·부국장에게 요청하는 통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보기
[사설]트럼프에게 핵폭탄 된 코미 전 FBI 국장 증언(1706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이같이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미의 증언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 방해와 그의 해임을 둘러싼 사태의 전모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회유책을 먼저 썼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저녁식.. 더보기
[여적]대통령의 사과(170607)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과를 가장 많이 했다. 그의 사과는 당선인 신분 때부터 시작됐다. 취임 일주일 전인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하자 사흘 뒤 사과했다. 2004년 탄핵 사태 당시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자 다음날 대국민사과를 했다. 형 건평씨의 부동산 의혹, 경찰 과잉진압에 따른 농민 사망 사건 등 고개를 숙여야 할 때마다 마다하지 않았다. 제주 4·3사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라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노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과 소통하고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늘 회피·늑장 논란을 불렀다. 우선 ‘대독(대리) 사과’. 첫 사과는 2013년 취임 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 등 장차관급.. 더보기
[여적]미국 대통령의 핵심참모(170605)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의 적’이 됐다. 트럼프 결정 뒤에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있었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배넌은 ‘트럼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미 언론은 이번 결정을 ‘배넌의 승리, 이방카의 패배’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브레인과 대통령 딸 사이의 백악관 내 힘겨루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출범 넉달 보름이 지난 현재 배넌이 트럼프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배넌을 향한 트럼프의 애정은 남다르다. 트럼프는 배넌을 위해 백악관에 없던 자리를 만들었다. 바로 수석전략가다. 대통령과 중요 현안이나 장기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비서실장에 맞먹는 지위다. 트럼프가 배넌을 신뢰하는 사례는 더 있다. 비록 나중에 없던 일로 했지만.. 더보기
[사설]기후변화 국제 합의 무시하는 트럼프(1706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 지도자의 반대에도 파리 기후변화협정 무력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전 지구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또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해 만든 국제협약을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무시하는 폭력적인 행태나 다름없는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어떤 변명으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전 지구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전후로 파리협정을 부정한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할 만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불신했다. 이런 개인적 인식 외에 국익을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에.. 더보기
[경향의 눈2]일흔 살 어린애 트럼프(170601) 성인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더 큰 조롱이 있을까. 일흔 살이 넘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떨까. 한국이라면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할 만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버젓이 다뤄진다. 그것도 최고 신문 뉴욕타임스(NYT)에서 말이다. 지난 5월 중순 ‘트럼프가 어린애냐 아니냐’는 논쟁이 NYT를 달궜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어린이가 세계를 이끌고 있는 시대’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브룩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한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그를 ‘유아기에 머문 어른’을 일컫는 미성숙자(infantilist)라고 규정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대부분의 성인들이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7세 초등.. 더보기
[여적]메르켈의 딜레마(170531) 근대 이후 유럽 역사는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간 견제와 균형의 역사였다. 네 나라가 서로 물고 물리면서 세력 균형자 노릇을 했다. 독일은 공포이자 비난의 대상이었다. 어느 누구도 강력한 독일도, 분열된 독일도 원치 않았다. 어떤 경우든 유럽의 세력 균형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독일 입장으로서는 영향력을 행사해도, 하지 않아도 욕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국제관계 속에서 형성된 ‘독일 딜레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딜레마’ 속으로 뛰어들려는 걸까. 메르켈이 지난 28일 “유럽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한 발언을 보며 든 생각이다. 메르켈은 맥주파티 형식의 정당행사에서 “이것이 지난 며칠간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주요 7개국(G.. 더보기
[사설]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뒤흔들어 놓은 유럽(170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9일간 중동 및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8일 트위터에 “이번 순방은 미국에 큰 성공이었다”고 썼다. 트럼프의 첫 순방은 미국의 핵심이익인 중동과 전통적인 동맹인 유럽 국가에 맞춰진 만큼 대외정책의 근간인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 동맹국과의 협력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첫 순방은 그의 평가처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익을 앞세운 나머지 미국과 유럽 간 동맹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킨 점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중동 방문은 큰 이변 없이 순조로웠다. 이란 핵무장 반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데 초.. 더보기
[사설]4대강 사업, 이번엔 바로잡자(170523)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 상시 개방, 물 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이 공약했고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여름철을 앞둔 요즘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라떼’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은 수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