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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6]아웅산 수지에 대한 오해와 이해(170921) “우리는 미얀마와 미얀마의 인종 간 경쟁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 아웅산 수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실권자인 수지에 가장 정통한 서방 언론인으로 알려진 퍼걸 킨 BBC 기자의 말이다.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로힝야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와 그에 대한 수지의 반응을 보면 이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아는 수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 테레사 수녀에 비견될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철의 나비’로 불릴 만큼 가냘프고 아름답지만 강한 여성이다. 그런 수지가 달라졌으니 지지자들의 실망과 분노는 당연하다. 과연 수지는 두 얼굴을 한 야누스인가. 도대체 우리는 수지를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수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더보기
[사설]실망스러운 수지의 변명과 대응(170920)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가 19일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와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수지는 인종청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국제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반대되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사태 원인을 먼저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는 논리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부수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군부를 옹호했다. 30분간 연설 동안 미얀마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아라칸로힝야구원군을 언급할 때만 로힝야라는 단어를 언급함으로써 ‘로힝야=불법이주자’라는 인식에 여전히 갇혀 있음을 드러냈다. 그의 발언 중 의미 있는 것은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난민의 미얀마 송환과 관련된 조치다. 이마.. 더보기
[여적]동물과 색깔(170918) 투우는 붉은 천(물레타)을 보고 돌진한다. 투우가 붉은색을 구별해서가 아니라 붉은 천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투우는 색맹이다. 하지만 대다수 동물은 인간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색깔을 감지할 수 있다. 눈 뒤 망막에 있는 시세포 덕분이다. 시세포는 희미한 곳에서 어두운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와 밝은 곳에서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빛의 파장 차이를 구별해 색을 분별하는 감각을 색각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녹색 3가지 색각이 있다. 인간은 이 3가지 색각을 조합해 무지개색을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도 색맹이 있다. 남성 12명 가운데 1명꼴이다. 색각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먹이나 짝을 찾거나, 적으로부터 피신할 은신처를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보다 더 많.. 더보기
[여적]로힝야와 국민(170914) 미얀마에서 종교에 기반을 둔 종족분쟁 로힝야 사태로 보름여 만에 수백명이 사망하고 37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 사태를 인도주의 위기로 보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1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종교와 종족 문제가 얽힌 모든 분쟁이 그렇듯 로힝야 사태는 간단하지 않다. 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꼽으면 불법이주자와 군부다. 로힝야는 미얀마 서부 벵골만에 연한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무슬림을 통칭한다. 이들은 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8세기부터 라카인주 지역에 노예, 노동력 등 다양한 형태로 들어온 뒤 원주민 라카인족(불교도)과 공존해왔다.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불법’으로 이주했다. 이번 사태 전까지 라카인주 거주 로힝야는 110만~120만명. 그런데 .. 더보기
[여적]수지 신화의 몰락(170912) “만약 미얀마 최고위직에 오른 정치적 대가가 침묵이라면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하다”(데즈먼드 투투), “뉴스를 볼 때마다 미얀마 로힝야 무슬림들의 고통을 보는 내 가슴은 찢어진다”(말랄라 유사프자이). 남아공의 투투 대주교와 파키스탄의 유사프자이는 각각 1984년과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이는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75)다. 우호적이던 외신들도 비판 일색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수지를 “몰락하는 유산을 가진 손상된 우상”이라고 비난했다. 토론토스타는 “부끄러운 위선”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노벨상을 박탈하자는 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40여만명이 참여했다. 왜 수지는 하루아침에 세계에.. 더보기
[여적]샤를리 에브도의 풍자(170902)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발행된 최근호는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피해자를 신나치에 비유했다. 이 잡지는 표지에 폭우로 물에 잠긴 나치 문양과 깃발, 나치식 인사를 하듯 물 밖으로 뻗은 손과 발을 그린 만평을 실었다. 문구는 ‘신은 존재한다! 그는 텍사스의 모든 신나치를 익사시켰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만평이 텍사스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버지니아주 샬러치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에 대해 ‘양비론’ 입장을 보인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성향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재민을 신나치에 비유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구설의 핵심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의 대상은.. 더보기
[여적]하비와 나이아가라(170831)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초당 떨어지는 물은 얼마나 될까. 나이아가라폴스라이브닷컴에 따르면 15만갤런이다. 1갤런은 약 3.785ℓ다. 쉽게 설명하면 보잉747 점보 여객기 약 2.63대 또는 중형 승용차 7900대의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는 수량이다. 지난 주말 미국 4대 도시인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전례 없는 재앙적 홍수 피해를 낳았다. 29일(현지시간)까지 강우량은 52인치(약 1300㎜)다. 단일 폭풍에 따른 강우로는 미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휴스턴에 1년 동안 내리는 비의 양보다 많다.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카운티 홍수통제지역의 기상학자 제프 린드너는 “나흘 동안 이 지역에서 수조갤런의 폭우를 봤다. 나이아가라 폭포 수량의 15일치 분이다”라고 했다. 이.. 더보기
[여적]로자 파크스의 옛집(170828) ‘미국 시민권운동의 어머니’ 로자 파크스(1913~2005)에게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제2의 고향’이다. 파크스는 남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서 태어나 몽고메리에서 성장했다. 몽고메리는 1955년 그를 시민권운동의 상징으로 만들어준 흑백차별 버스 보이콧 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파크스는 1957년 고향이나 다름없는 그곳을 떠난다. 더 이상 직업을 구할 수 없었는 데다 끊임없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해 말 남동생이 있는 디트로이트에 온 뒤 2005년 눈을 감을 때까지 48년간 디트로이트를 떠나지 않았다. 파크스가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정착한 곳은 남동생 집이었다. 파크스의 ‘디트로이트에서의 삶’의 초기 흔적이 남아 있는 그 집은 그의 사후 얄궂은 운명에 놓인다. 2008년 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더보기
[여적]김사복 찾기(170826) “김사복, 꼭 만나고 싶다.” 김사복은 5·18민주화운동을 취재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동행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의 실제 주인공이다. 김사복의 실체는 2003년 힌츠페터가 민주화운동 공로로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으면서 그와의 재회 희망을 밝히며 드러났다. 힌츠페터는 그후 방한할 때마다 김사복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눈을 감았다. 그의 유해는 소원대로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묻혔다. 힌츠페터 덕분에 김사복의 존재가 알려지긴 했으나 ‘김사복 찾기’는 쉽지 않았다. 김사복이 본명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개봉을 계기로 김사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실마리를 제공한 이는 자신을 김사복의 아들이라고 밝힌 김승필씨(5.. 더보기
[사설]생리대 불안 더 이상 방치 말고 전수조사하라(170825) 여성의 건강과 직결되는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릴리안 생리대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 문제의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제조사는 환불하겠다고 했지만 파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들은 법무법인과 함께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소비자단체와 정의당은 시판 중인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여성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안일하게 대응했다. 생리대 안정성 문제는 1년여 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들이 생리량이 줄고 생리불순이 생겼다며 불만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더보기